리테일 역할의 변화 1탄 - 쇼핑 공간에서 교류 공간으로

1. 탈 도시 현상 - 콘텐츠 리뷰

지난 <탈 도시 현상> 콘텐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코로나 19는 삶의 방식과 도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도심에 집중되었던 인구는 점점 교외로 뻗어나갔고, 도시에 치중되었던 여러 제반 시설과 기술도 점점 외곽으로 확대되었다. IT, 통신, 교통 기술이 발전할수록 도심의 기능은 점점 약화될 것이다. 거대한 건물과 기술 사이에, 예전처럼 붐비지 않는 도심. 이런 도심의 변화를 포착한 일부 리테일들은 새롭게 리테일의 역할을 정의하고, 빠르게 쇼핑 공간에서 교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오늘은 이런 기류에 맞춰 본인들을 '도심 속 교류 공간'으로 새롭게 정의한 리테일을 소개한다.

 

사진 출처: @thegazolinestand 공식 인스타그램

 

2. 파리의 가장 위트 있는 주유소  'The Gazoline Stand'

LVMH가 인수한 프랑스의 유명 향수 브랜드 '오피신 유니버설 불리 1803'의 창업자인 '람단 투아미(Ramdane Touhami)'가 파리 7구에 가장 패셔너블하고, 우스꽝스럽고, 건방진 "파리지앵"스러운 신개념 주요소를 오픈했다. 

'The Gazoline Stand'는 차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주유" 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주유소로, 아주 유머 있고 에너지 있는 서비스가 특징이다. 휘발유, 디젤은 물론 커피, 핫도그 같은 메뉴도 제공하는데, 특히 핫도그에는 이 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10가지 특별 소스도 제공해 동네에서 '핫도그 맛집'으로 통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일식 셰프가 상주하며 로컬 재료로 음식을 만들기도 하고, 크레페 같은 간편 메뉴도 제공한다. 음식 외에도 '람단 투아미'가 직접 큐레이션하고 브랜딩 한 굿즈와 라이프스타일 소품을 판매한다. 레트로 한 감성의 스테이셔너리, 아이코닉한 키링, 티셔츠, 펑키한 자동차 시트 매트, 사이클링 배낭, 자전거 체인 오일 등 다양한 제품들이 경계 없이 위트 있게 큐레이션 되어있다. 또 하나,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주유소만의 BGM이다. 실제로 '람단 투아미'는 한때 DJ로 활동했었다고 하는데, 날마다 새로운 음악 선곡이 고객들 사이에서 화자 되고 있다. 어떤 날은 자메이카 사운드트랙 믹스를 반복 재생해 지나가는 사람들마저 특별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렇듯 'The Gazoline Stand'는 미니 콘셉트 스토어와 커피숍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듯한 컨셉추얼 한 공간이다. 도심 속 새로운 공간이 쇼핑 공간이 아닌 주유소인 것도 놀랍지만, 사람들은 어느새 매장과 주유 시설 사이에 놓인 몇 안 되는 테이블에 앉아 간식을 먹고, 잡지를 읽고, 커피의 향기를 맡는다. 이렇게 'The Gazoline Stand'는 주유소의 한계를 극복한, 현재 파리 7구에서 가장 트렌디한 장소로 커플, 패션 종사자, 크리에이티브한 친구들에게 최고의 "랑데부(만남)" 장소로 꼽히고 있다. 

>> 주소 : 17 Boulevard des Invalides, Paris, France / 인스타그램 계정 : @thegazolinestand

 

시사점 : 도심이 쓸쓸해질수록 이렇게 위트 있고, 즐겁고,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점점 더 주목받을 것이다. 파리 7 지구에 쇼핑 또는 F&B 공간으로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었겠지만 '람단 투아미'는 사람과의 교류에 주목하고, 하나의 리테일 공간을 도심 속 '교류 공간'으로서 재설정한 것이다. 여기에 주유소는 시멘트와 기름만 있고, 냄새나고 메마른 곳이라는 편견과 통념을 참신한 아이디어로 완전히 바꾸었다. 기름 냄새 대신 향긋한 커피를 놓고, 간단한 요기를 넘어 여기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메뉴를 구성했다. 그리고 거친 시멘트 느낌 대신, 순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음악과 쇼핑 굿즈를 추가했다. 일상 속 평범했던 공간이 하나의 교류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앞으로 이렇게, 도심 속 작은 교류 공간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